폭력, 살인, 파괴, 전율이 넘치는 게임들을 살펴봅시다.

2019. 6. 19. 20:30게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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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기술력은 발달되고 취향은 늘어나며, 그에 따라 게임의 장르나 지향하는 재미의 종류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생존하거나, 무언가를 만들거나, 이야기를 보며 치유받거나, 타인과 소통하는 등등. 그러나 이렇게 많은 게 변해가는 와중에도 우리 게이머들이 예전부터 줄곧 추구해왔던 것을 잊어선 안 됩니다. 게임의 발전과 역사와 사건들의 곁에 항상 있었던 그것, 즉 폭력 말입니다. 폭력과 살육과 파괴, 폭발, 잔인한 연출과 아슬아슬하게 갈리는 생사. 아무리 게임이 다양해지고 깊어진다 한들, 오직 게임만이 끌어낼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즐거움은 역시 폭력성입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게임의 폭력성은 항상 사회적 문제가 되어왔습니다. 그러나 그런 문제가 제기되는 것 또한 게임이 유일하게 폭력적임에도 합법적인 것이기 때문이고, 그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폭력을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의 본질은 가상이고, 오직 가상에서만 현실에서 제약을 모두 벗어던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덕성이나 합법성은 물론이고 더블 배럴 샷건이나 전기톱 같은 도구, 신체능력이나 물리효과,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폭발시키는 디자인과 BGM까지도 오직 게임에서만 가능합니다. 그런데 요즈음엔 전과는 다른 문제로 폭력적인 게임을 접하기 힘들어졌습니다. 갈수록 영화적 연출이나, 스토리의 깊이, 오픈월드의 자유도 등을 더욱 신경 쓰면서 전투는 나쁘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되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간엔 일탈과, 파괴와, 살육과, 폭력과, 멸망과, 전율을 느끼게 해주는 인디게임을 소개하려 합니다.

먼저 코퍼레이트 라이프 스타일 시뮬레이터가 있습니다. 폭력 게임과는 안 어울리게 사무실을 배경으로 합니다. 스테이플러를 쏜다든가, 시체가 떨구는 커피를 마시고 체력을 회복한다든가, 좀비를 죽이고 보안카드를 뺏는다든가. 여러모로 따분한 일상의 '일탈'에 중점을 둔 게임입니다. 그렇다고 진짜 계속 스테이플러나 쏘고 파티션만 부수다가 끝나는 건 아닙니다. 여느 게임과 마찬가지로 샷건, 기관총, 화염병 등의 다양한 무기들이 있으며 적들 또한 여러 종류(비록 외형은 큰 차이 없지만)가 있습니다. 특히 매니저 급 이상의 (말 그대로의) 보스는 이게 좀비인지 터미네이터인지 모를 정도라고 합니다. 다만 게임 시스템은 단순합니다. 빨간 동그라미가 쳐진 곳으로 가기만 하면 됩니다. 다만 그 조건으로 일정 수 이상의 동료를 구출하거나, 일정 수 이상의 좀비를 죽이거나, 일정 수 이상의 회사 비품을 파괴해야 한다고 합니다. 즉 큰 의미 없이 파괴 자체를 하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브로 포스가 있습니다. 미국의 특공대원이 되어 세계 곳곳의 적들을 물리치러 가는 단순한 배경을 가집니다. 전투 방식도 단순해서 주 무기, 특수 능력, 근접 공격 3가지만 있습니다. 이렇게 단순한 게임이지만 중요한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플레이할 수 있는 캐릭터가 모두 유명한 상남자의 아이콘들이라는 것입니다. 거기에 단순히 캐릭터의 이름이나 외형만을 빌려온 것이 아닌 무기나 능력도 기존 캐릭터와 유사합니다. 가령 람브로는 총을 갈겨대고, 인디아나 브론스는 채찍을 휘두르고, 브로 인 블랙은 외계인 총을 쏘며, 브로 미 네이터는 특수 능력을 쓰면 외형도 로봇이 되기도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거의 대부분의 오브젝트가 파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절대로 못 깰 거라고 여겨지는 땅도 총으로 간단히 파괴가 되기에 땅굴을 파고 잠입하는 것도 가능하며, 평평한 벽 또한 칼로 찍어가며 오를 수 있습니다. 폭발물이나 폭발물을 사용하는 적도 곳곳에 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총을 갈겨대다 보면 여기저기서 폭발이 일어나고 적들은 다 죽어있고 땅은 난장판이 되어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전투가 단조로운 것도 아닌 것이, 인질을 해금하면서 목숨이 늘어나긴 하지만 한방만 맞아도 죽으며, 적들의 종류나 맵 구조도 은근히 다양하기에 정말로 무턱대고 돌격하면 죽기도 합니다. 세 번째는 헤이트리드가 있습니다. 사회에 분노한 대량 살인범이 살육과 테러를 저지르는 게임입니다. 처음엔 마을에서 힘없는 민간인을 주로 죽이지만 진행하면서 하수구, 기차, 도시, 군대로 무대가 변화하며 그에 따라 살육의 대상도 민간인, 경찰, 무장경찰, 군인 등으로 변합니다. 기본적으로 살인에 초점을 맞춘 게임인 만큼 각 스테이지에서 주, 부목적은 대게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고, 체력을 회복하는 것도 반쯤 죽은 사람들을 처형함으로 이루어집니다. 진행 방식은 코퍼레이트 라이프스타일 시뮬레이터처럼 일정한 과제(기관 테러, 일정 수 이상 학살 등)를 끝낸 후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쿼터뷰의 그래픽은 게임의 분위기만큼이나 어둡고 칙칙한 흑백이지만 불꽃이나 붉은 색감만큼은 잘 표현되어 꽤나 인상적입니다. 이런 헤이트리드를 얘기할 때 항상 나오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도를 넘은 범죄성과 재미없음입니다. 앞서 말했듯 헤이트리드는 잔혹성으로 큰 논란이 있던 게임이고 그것은 트레일러 공개 때부터 계속되었습니다. 에픽게임즈는 언리얼 엔진 로고를 빼 달라고도 했으며, 스팀 그린라이트에서 내려간 적이 있고, 개발자 중 일부는 극우 민족주의자라는 루머도 돌았습니다. 하지만 게임이 발매된 이후에는 잔혹성이 문제가 아니게 되어버렸습니다. 문제점은 '재미없음'이었습니다. 스토리는 없다시피 했고, 오브젝트 활용도는 낮았고, 주 콘텐츠인 사람들을 죽이는 것도 단조로웠고, 적(경찰 등)들은 아무런 전략도 없이 무식하게 들이닥치니 이쪽도 길 잃은 듯한 전투를 해야 했습니다. 네 번째는 마더 러시아 블리즈입니다. 가상의 구소련이 배경인 마더 러시아 블리즈는 고전게임을 연상시키는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으로 말 그대로 약 빤 싸움과 고어한 효과를 잘 살린 게임입니다. 투박한 도트는 거친 배경과 캐릭터를 잘 표현해냈고, 저돌적으로 복날 개 잡듯 줘 패는 전투는 화려하기보다는 현실적이고 무지막지하며, 철근을 비롯한 각종 오브젝트는 시원시원한 타격감과 함께 적들의 신체를 조각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본 게임의 진가는 '약'입니다. 네크로라고 불리는 이 약은 회복제인 동시에 일시적인 광폭제로써 본 작품의 간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 네크로는 죽어가는 적들로부터 뽑아낸다는 정신 나간 설정처럼 그 효과도 말 그대로 정신이 나가 있습니다. 한번 주입하면 취한 듯 배경이 일렁거리는데, 단순히 공격력이 세지는 건 물론이고 종류에 따라선 적이 폭발하거나 본인이 순간 이동을 하거나 적을 미치게 만들게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폭력성과 고어함과 정신 나감을 잘 표현해낸 마더 러시아 블리즈지만 물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박진감이 없습니다. 벨트스크롤인 만큼 맵은 배경만 다를 뿐 거의 다 같은 구조이고, 그러면서 세로 상의 위치가 분명하지 않아 직관성이 떨어집니다. 게다가 반쯤은 격투 게임인 것치곤 커맨드도 부족하며, 사용할 도구를 찾아보기가 힘들기에 공격이 다 비슷비슷해집니다. 거기에 속도도 느린 편이고요. 결과적으로 똑같은 맵에서 비슷한 적들에게 똑같은 행동을 긴 시간 동안 계속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액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핫라인 마이애미가 있습니다.  인디 폭력 게임계의 영원한 명작, 여러분의 원초적 감각을 깨워줄 게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1989년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한 핫라인 마이애미는 의미 불명의 전화를 받고 무참히 살인을 저지르며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이렇게 불명확한 게임의 색깔과 달리 플레이의 성격은 매우 확고하여, 선보다는 점, 이야기보다는 사건, 액션과 전투보다는 스릴과 살인에 가깝습니다. 탑뷰 시점이기에 액션은 없지만 피격과 타격이 명확하며, 공간이 좁은 터라 죽지 않으려면 피하기보단 그저 먼저 죽여야 합니다. 또한 서로 한 방에 죽기 때문에 투닥거리는 전투보단 찰나의 살인이 플레이의 정체성을 이룹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핫라인 마이애미에서는 전율의 진액 그 자체를 느낄 수가 있는데,  마치 주어나 동사나 목적어 따위 없이 오직 느낌표로만 이루어진 문장 같습니다. 보다 상세히 살펴보자면, 핫라인 마이애미 고유의 특징이자 진정한 가치는 '올-인 도박적 전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해소를 목적으로 하기에 비교적 어렵지 않은 편인 여타 폭력 게임과 다르게 핫라인 마이애미는 난이도가 꽤 있는 편이고, 그 점이 호불호가 갈리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게임들은 월등한 체력과 공격력을 가진 플레이어가, 서사에 가까운 장시간의 전투를, 다수의 적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일방적인 구도로 고착됩니다. 반면에 핫라인 마이애미의 구성은 거의 동등한 상대에 대해, 찰나의 선택으로, 생사가 결정됩니다. 이러한 이분법은 ‘실현될 뻔한 페널티’가 ‘실현된 어드밴티지’의 쾌감을 극대화하는데, 예시로는 다크소울의 패링이나 배요네타의 마녀 타임이 있습니다. 다만 핫라인 마이애미는 그 페널티와 어드밴티지의 내용이 '죽거나 죽이거나'라는 모든 것, 즉 올-인이고, 그것은 도박에서도 최고의 전율을 주는 형태기에, 비로소 핫라인 마이애미는 폭력 그 이상의 전율이 폭발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폭력, 살인, 파괴, 전율이 넘치는 게임들을 살펴봤습니다. 술 또한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훌륭하지만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곤 합니다. 폭력 게임이 어떤 문제의 원인이 될 수는 있어도, 모든 사건이 폭력 게임의 탓이 아니며, 모든 폭력 게임 마니아가 사건을 일으키는 것이 아닙니다. 아직은 완벽하지 않은 세상입니다. 그저 한 명의 게이머로써 제가 좋아하는 것을 여러분도 좋아해 주길 진심으로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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