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속 TRPG와 게임들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2019. 6. 24. 20:30게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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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E3쇼에 공개된 게임들 중 가장 기대되었던 작품을 하나 꼽자면, 사이버펑크 2077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전부터 티저 영상이나 몇가지 정보들이 공개되긴 했지만, 출시 시기나 트레일러와 같이 새롭게 발표된 내용들은 게이머들을 흥분시키기 충분했습니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트레일러는 짧은 길이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뚜렷하게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게임 속 모델링과 성우로 참여한 키아누 리브스의 무대인사는 E3쇼에 참여했던 여러 참가자들이 가장 인상깊은 순간으로 꼽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이버펑크 2077에 관련된 의외의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첨단을 달리는 게임의 인상과는 달리, 무려 1990년에 출시된 TRPG게임 사이버펑크 2020를 그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SF를 배경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TRPG의 룰을 따르고 있다는 것 자체가 게이머들에게 조금 낯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유명 게임 시리즈 중에서도 이와 같은 게임이 있습니다.

폴아웃 시리즈는 사이버펑크 2077과는 조금 결이 다른 디스토피아 배경의 SF이지만, TRPG룰이 게임의 전체적인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최근의 폴아웃 시리즈에서도 능력치에 따른 확률 조정, 턴방식 전투모드 등 TRPG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최근의 폴아웃 시리즈는 마치 일인칭 슈팅게임과 같은 느낌으로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초창기 폴아웃 시리즈는 자유도 높은 RPG로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게임이었습니다. 첫작품이 출시되었던 1997년 당시 비슷한 시기에 함께 출시되었던 디아블로를 제치고 최고의 RPG상을 차지하기도 했을정도 있습니다. 지금은 폴아웃 시리즈의 개발사라고 하면 베데스다가 떠오르지만, 이 시리즈를 처음 출시한 곳은 인터플레이 였습니다. 올드 게이머들에게는 인터플레이라는 이름이 반가울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그 이름이 유명무실해졌지만 한때 인터플레이는 TRPG룰을 기반으로 한 명작 타이틀들을 출시하기로 유명한 RPG의 명가였습니다. PC게임을 하면서도 마치 TRPG를 플레이하는 처럼 높은 자유도를 즐길 수 있도록 게임의 시스템과 세계관을 만들었던 것이 인터플레이사 RPG들의 특징이었습니다. 그 중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출시했던 발더스 게이트는 해외 뿐 아니라 국내 게임계에도 큰 영향을 주었던 명작 시리즈 였습니다. 당시 국내에서는 정해진 스토리를 따라가는 선형적 구조의 RPG들이 흥행했던 시기라,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사소한 부분부터 달라지고 결국 멀티 엔딩으로 이어지는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의 시스템은 정말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발더스 게이트3의 출시 소식은 많은 올드 게이머들의 팬을 설레게했습니다. 물론 발더스 게이트와 같은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은 적응하기 힘들어하기도 했습니다. 턴제와 실시간이 섞인 듯한 전투 시스템이나 실제 판정과 따로 노는 그래픽과 같은 부분들은 처음 경험하게 되면 어색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미 TRPG의 룰에 익숙한 유저들, 혹은 그와 관련된 기본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혼자서도 TRPG 느낌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역대급 명작으로 평가하기도 합니다.이외에도 플레인 스케이프: 토먼트, 네버윈터 나이츠, 최근에는 핸드 오브 페이트까지 TRPG의 느낌을 살린 RPG들은 꾸준히 출시되어왔습니다. 특히 많은 게이머들이 어린 시절 오락실에서 즐겨했던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의 설정과 규칙 역시 최초의 TRPG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케이스들 때문에 오랫동안 게임에 관심을 가져온 사람이라면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TRPG에 대해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TRPG는 Tabletop Role Playing Game의 약자입니다. 단어 그대로 테이블에 둘러앉아 마스터 한명과 플레이어를 연기하는 여러 사람들이 하나의 시스템을 규칙으로 하여 진행하는 일종의 보드게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편하실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놀이로, 이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게임이 미국 개발사의 작품이라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TRPG의 기원은 명확치 않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시스템은 앞서 잠깐 언급했던 던전앤드래곤(1974년 출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판타지 배경 게임들이 이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세계관 외에도 실제 TRPG에서 처럼 주사위를 굴려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전투나 대화의 결과가 정해지는 점, 게임이 자유도를 어느 정도나 추구하지는 등을 통해 TRPG의 영향을 얼마나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실 속 TRPG는 AI와 함께 플레이하는 PC게임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마스터의 입담이나 플레이어의 연기력, 상상력에 따라 어떤 게임 그래픽보다도 풍부하고 또렷한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가끔 현실과 플레이를 오가며 인간적인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매력 때문인지 국내에서도 꾸준히 TRPG를 플레이하는 동호회, 카페가 활성화 되어있으니, 관심있으신 게이머라면 한번 쯤 도전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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